병가로 휴직중.
5월 10일 퇴근 후 늦은 저녁무렵 극심한 복통으로 응급실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점심을 먹고난 이후부터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던것 같다.
점심무렵부터 사람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지만 그냥 평소처럼 지나가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대기만 2시간.
결국 복통을 참지못하고 모든걸 다 토해내고 말았다.
하.. 토하면 안되는데 토하면 콧줄꼽아야 하는데 라는 생각에 미쳐버리기 일보직전, 혈액검사와 엑스레이 결과가 나왔다. 장마비 및 장유착 소견.
작년 3월부터 시도때도 없이 일정한 텀도 없이 나를 괴롭히던 그병.
통증이 너무 심해 마약성진통제를 처방해주셨지만.. 무용지물.
응급실 의자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통증이 진정되기만을 기다렸지만 통증이 진정되기전에 나는 약에취해 거의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었다.
기억나는건 나도 모르는새에 응급실침대로 옮겨져 누워 있었다는것, 그리고 비몽사몽으로 입원하게된것.
대략 일주일간의 금식 후 장마비 및 장유착 증상은 호전되었으나, 벌써 5번째 동일부위에서 발병하고 있어 수술이야기가 오가게 되었다.
수술실에 들어가서 확인 후 증상에 따라 간단한 수술이 될수도 아닐수도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
복강경으로 유착부위를 뜯어내거나 상태에 따라 절제할수도 있다는 말.
수술의 최종결정의 의사가 아닌 본인이 결정해야된다는 말.
장마비 및 장유착 증상은 개복수술의 휴유증이기 때문에 지금 수술을 해서 통증의 원인을 해결한다고 해도 다른 부위에서 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말.
정말 혼란스러웠다.
수술이라는건 의사선생님이 결정해준다고만 생각했다.
내 병에 대해 설명을 듣고 결과적으로는 내가 판단하고 내가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수술이 100% 완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것은 정말 너무나도 힘든 숙제였다.
지금생각하면 어떻게 수술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긍정적인면만 보게되나보다.
수술의 휴유증이 있다는 말도 나는 아닐꺼야라는 생각.
일부부위를 절제할수도 있다는 말도 나는 아닐꺼야라는 생각.
세상 이렇게 긍정적으로 나를 바라본적이 있었나 싶다.
결국 수술적 치료를 진행기로 결정. 복강경으로 진행된 수술은 절제부위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회복실에 나와서도 수술부위가 얼마나 크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입원실로 와서도 간호사 선생님들과 농담따먹기도 하고
수술해주신 의사선생님하고 생각보다 안아프다고 웃으면서 이야기도 했다.
하지만.. 회복기간중에 2주가 지나도 호전되지 않는 몸상태. 반복되는 퇴원결정 무산.
통증은 없어졌지만 아무것도 먹을수 없는 상태. 나는 조금이라도 뭘 먹으면 다 게워내고 있었다.
유착부위를 뜯어 냈지만 오랜기간 붙어있었던 부위를 뜯어내어 상처가 났고 회복되는 과정에서 해당 부위가 다시 붙은것 같다는 진단.
결국 2차 수술이 결정되었다.
2차 수술은 개복수술. 이번수술은 일부부위를 절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사선생님의 말.
결국 일부부위를 절제하고 되었고 복강경수술때와 다른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회복실에서 깨어났다.
회복실 간호사 선생님께 살려달라고 말했다. 너무 아프다고.
2차 수술 후 배에 달린 여러개의 피주머니.
몇일 회복기간을 가진 후 담당 교수님께 피주머니를 제거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입원전문의 선생님께서 피주머니를 제거하러 오셨다.
피주머니를 제거하기 위해 의사선생님께서 주머니를 만지작 만지작하시더니 갑자기 나가셨다.
순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피주머니에서 나와서는 안되는 소화액이 갑자기 나오면서 피주머니 제거 취소.
오빠의 말에 의하면 피주머니 중 1개가 수술이후에 다른 피주머니와 다르게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아 간호사들에게 물어봤으나,
별로 신경쓸일이 아니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근데, 그 막힌 피주머니에서 갑자기 소화액이 나오는................
마약성진통제도 듣지않는 극심한 통증. 갑자기 찍게된 CT. CT에서 보이진 않지만 장기 천공의심.
또다시 수술... 3차 수술 결정.
이번 수술은 최악의 경우 천공으로 인한 복강내 오염이 있을경우 장기를 들어내고 물로 씻은 후에 다시 집어넣는 정말 듣기만 해도 진빠지는
그런 수술이 될 수도 있다는 주치의 교수님의 이야기.
진짜 할말을 잃게 된 상황.
모든게 부정적으로 보이는 상태에서 속으로는 과연 이게 의료 과실이 아닐까 의심하게되는 지경.
2차 수술때 없던 천공이 왜 생겼으며, 물이 나오던 주머니에서 갑자기 소화액은 왜 나온거며, 의심한들 어찌할까 싶은 생각.
내 장기가 약해서 그런거다라고하면 할말이 없다. 그 판단이 주관적인 소견일지라도 수치화하여 측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뿐더러
난 전문가도 아니니까.
이미 2차례의 수술로 인해 체력과 정신력은 바닥이 났지만 살고싶다는 생각 뿐.
태연하게 다시 수술실로 향했고 2차 수술로 인해 생긴 수술자국이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시 개복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다.
수술 결과 미세한 천공이 있었으며 해당 부분은 절제하였고 혹시모를 복강내 물고임을 방지하기 위해 피주머니를 더 달게 되었다. (콧줄도함께)
회복실을 나와서 입원실에 왔지만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체력.
오랜 기간 금식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 10kg 체중감소.
그 와중에 VRE 판정.
1인실로 강제격리 되고 수술 후 일주일은 정말 끔찍했다.
기력이 없어 하루에도 몇번씩 온몸이 미친듯이 추웠고 쉴새없이 나는 식은땀에 병원복을 갈아입기를 수차례.
기력은... 병원에서 약으로도 해결이 안되는 부분.
콧줄로 인해 헛구역질의 무한반복. 콧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입으로 토해내는 소화액.
결국 수면 유도제를 맞고 잠이드는 일상. 수술후에 걷기가 정말 중요하다는걸 알지만 움직이지 않는 몸.
살고 싶다고 너무 살고싶다고 생각하지만 내 몸과 정신은 밑도 끝도 없이 무기력 해졌다.
내 몸이 안좋아서 그런거라고 그래서 무기력한거라고 그래서 운동도 힘든거라고 핑계를 대고 있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어서 그런지 회복기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긴 회복기간에도 불구하고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준 주치의 선생님들 그리고 나를 병원에서 데리고 나가겠다고 약속해준 나의 예비신랑.
그들 덕분인지 3주의 금식 및 회복기를 거쳐 겨우겨우 미음을 먹을수 있게 되었고 죽을먹게 되고 7월 20일 드디어 퇴원을 하게 되었다.
퇴원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일반식을 먹을 수 없어 식단관리를 해야 했지만 거의 두달반만에 병원이 아닌곳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다.
하지만, 오랜 병원생활에 익숙해진 탓인지 퇴원 후 일주일간은 무언가를 먹을때 마다 혹시나 다시 아프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매시간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저녁에 잠조차 제대로 잘 수 없어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아왔어야 했다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약에 의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한심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럴수 있다고 말도 안되는 자기위안을 삼고 있었다.
그렇게 또 13일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일반식을 조금씩 먹을 수 있게 되었으며 2시간동안만 밖에 나갈 수 있는 아주 조그만 체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조금 힘들지만 저녁에 수면 유도제 없이 잠도 잘 수 있게 되었다.
예상치 못했던 긴 입원생활의 끝에 겨우겨우 건강을 되찾고 있다.
사람이 뭐든 잃어보면 깨닫게 된다고 하던데 두달 반간의 시간이 너무나도 무섭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고 진짜 죽기직전만큼 힘들었지만,
세가지는 얻은것 같다.
첫번째는 말로만 하던 '건강이 최고다'를 몸소 느낄 수 있었으며, 그 말이 운동을 많이해서 몸매가 좋아서 건강하다는게 아니라 운동을 많이하지 않고
몸매가 좋지 않을지라도 내 몸을 아끼고 내 몸에 대해 관심을 가져줄때 정말로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내 주변 사람들이다. 모두들 각자의 삶을 사느라 바쁠텐데.. 없는 시간을 내서 먼길을 나를 보러와준 사람들에 대해 너무나도 감사하고
이 사람들이야 말로 내 인생에 있어 중요한 사람들이구나를 알 수 있었다. (굳이 거미줄같은 많은 인간관계는 필요없을것 같다.)
세번째는 나는 이제까지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고만 생각했다. 병원생활을 하면서 살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바닥을 만났을 때,
그리고 그 바닥을 치고 반드시 올라와야 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내 정신의 변화에 따라 내 몸이 변할 수 있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모든게 바닥을 치는 상태에서 나는 살고싶지만 너무힘들어서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런 생각은 회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이대로 있으면 아무것도 안된다고 깨닳았을때, 나는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좋은 몸을 가진들 무기력 해져 건강한 몸조차도 바보로 만들게 되고, 아무리 내몸이 바닥을 치고 기어다니고 있더라도
건강한 정신이 있다면 바닥에 쓰러진 몸을 일으켜 세워 조금씩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
지금상태로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수술결정을 하라고 한다면 수술을 못한다고 하겠지만, 막상 수술을 끝내고 회복하고 있는 지금,
건강측면에서도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나를 위해 '수술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